명화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현대적인 감각이 있으며, 또 여러 가지 매체에서 패러디하며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하나의 명화를 살펴볼까 합니다.
보티첼리
명화를 그린 주인공은 바로 보티첼리입니다. 보티첼리의 작품은 500년 전에 그려진 작품인데 매우 현대적인 느낌을 지녔습니다. 또 여러 방식으로 패러디가 되어 어디선가 한번 본 것과 같이 무척 친근합니다. 또한 작품의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모습은 현대의 패션잡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하지만, 평면과 장식적으로 그려 작품의 특징을 잘 잡아냅니다. 보티첼리의 작품 중 비너스의 탄생을 살펴보며 미술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비너스의 탄생
이 작품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호메로스의 시와 함께 작품을 감상해 보실까요?
여신은 서풍 제피로스의 부푼 입김에 떠밀려 거친파도에 실려서 부드러운 거품을 타고 왔다네
작품 서쪽에서 보이는 제피로스는 강하게 바람을 불고 있습니다. 이 입 바람은 흰 선으로 여리게 표현되었고, 이 바람으로 인해 꽃잎이 떨어져 흩날립니다. 보티첼리는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대비하여 그라데이션을 만들고, 가볍게 그려진 갈매기 모양의 선을 반복하여 부드러운 거품과 거친 파도를 상반되게 표현합니다. 거칠고 부드러운 바다의 모습을 동시에 나타내는 거죠.
여러 식물의 문양이 옷에 그려졌는데 이는 계절의 여신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호메로스의 시는 황금관을 비너스에게 씌워주는 것으로 마치지만 이 작품은 계절의 여신이 옷을 비너스에게 덮기 직전에 멈춰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나체가 가려지기 직전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작품 속의 비너스는 조개 껍질 위에 서 있습니다. 갸름하고 작은 얼굴을 비스듬히 숙이고, 머리는 흩날리며, 한 다리에 힘을 뺀 콘트라포스토 자세입니다. 곡선이 강조되며 시각적으로 우아한 모습이죠.
그리스 신화에서 비너스는 세속적인 육신의 사랑과 성스러운 사랑의 모습을 둘 다 보여줍니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사랑의 고귀하면서도 육감적인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거죠. 한편 비너스의 탄생은 크로노스와 우라노스의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크로노스의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라 바다에 버리자 그 자리에서 거품이 피어오르며 비너스가 태어납니다. 보티첼리는 바다 거품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가 조개 껍질에 실려키르포스 섬으로 바람을 타고 도착한 순간을 그려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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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
선을 돋보이게 사용한 작품
이 작품은 선을 돋보이게 사용한 작품입니다. 작품에는 머리카락, 나뭇잎과 꽃잎, 물결, 조개 무늬 등이 시각적 즐거움을 전해줍니다. 명암으로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보티첼리는 선을 사용하여 화면을 평면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렇게 보티첼리는 섬세하게 선을 사용하여 시각적인 구성을 만들어 냅니다. 옷 주름 하나하나, 머리카락 한 가닥, 꽃잎 한 장 등이 선으로 표현되며 신비한 느낌을 더해 줍니다.
당시의 평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의 당시 평가는 후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화가들이 사용한 원근법도 없고, 자연주의적인 기술도 부족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보티첼리는 1500년 이후에는 작품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게 됩니다.
그림에 사용된 파란색
이 작품에서 파란색이 포인트입니다. 그림에서 파란색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중세 초기까지 파란색은 구하기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청금석을 파란색의 원료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안료는 값이 매우 비쌌고, 표면이 잘 떨어져 나가 많은 양을 칠할 수가 없었죠. 쉽게 얻기도 힘들고, 사용하기도 까다로운 편에 속했습니다. (첨언하자면 이후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폰 파이어는 파란색을 만들어 내는 핵심적인 물감인 인디고를 합성해 냈고, 이 화학 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1905년에 수상하였습니다.)
보티첼리의 또 다른 작품
보티첼리가 그린 프리마베라도 선의 미학이 살아있습니다. 음악의 선율처럼 부드러운 옷의 주름과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곡선이 그림에 흐릅니다. 오른쪽에 있는 남자는 겨울을 상징하는데 입을 부풀린 채 한 여인을 붙잡고 있습니다. 입을 꽃에 물고 있는 여인은 그에게서 벗어나 꽃의 여신을 붙들고 있습니다. 꽃의 여신은 온 세상에 꽃잎을 뿌릴듯한 자세로 드레스를 입고 서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사랑의 비너스가 있는데, 그녀의 머리 위로, 큐피드가 사랑의 화살을 막 쏘려고 합니다. 비너스의 옆에는 세 여신이 둥글게 서있는데 서로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손을 들어 오렌지를 따는 헤르메스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 작품은 이렇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 나가면 작품을 이해하기 좋습니다.
이 작품은 메디치 가문이 제작을 의뢰하였는데, 의뢰자는 로렌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렌초의 모토는 시간은 되돌아온다였다고 해요. 문화와 예술이 번영한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이 당시 세계를 주도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보티첼리의 작품을 보면 시간의 거리가 무척 짧게 느껴지는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작품이지만 현대의 감각을 담아낸 담아낸 보티첼리의 작품 세계는 참 재미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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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티첼리 프리마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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